찜질방을 짓다가 버려진 건축물이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폐건물에 생명이 더해지며 탄생한 소다미술관은 지역민의 소망이 채워지며 거대하고 사랑스러운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독특한 이색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소다미술관의 잔잔한 풍경을 거닐어본다.
글.이성주 사진.이정수 자료제공.소다미술관
콘크리트 건물 위에 올린 컨테이너 예술공간
다양한 각도에서 공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 풍경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은 인적이 드물고, 빈 건물과 토지가 방치되어 유령도시로 여겨졌던 지역이다. 또한 오래전에 일어난 범죄로 위험한 지역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철거 위기의 대형 찜질방 건물은 모두에게 골칫덩어리였다.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버려진 사물(Thing)이나 생각(Idea)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재생 프로젝트로 이곳을 리모델링하면서 독특한 디자인·건축 테마 전시공간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소다미술관(SoDA: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은 2015년 화성시에 세워진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자, 한국에서 손꼽히는 디자인·건축 테마 전시공간으로 주목받으며 개관했다. 디자인 컨설턴트 장동선 관장과 그의 남편 권순엽 씨가 조력자로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미술관으로 만들고자 했다. 소다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고자 벽을 낮춘 미술관, 누워서 보는 미술관, 부담 없는 미술관, 오래 머무는 미술관을 지향했다. 새로운 시도 덕분에 소다미술관은 독특한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더이상 위험한 공간이 아닌 반짝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화했다.
소다미술관은 방치된 찜질방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와 화물 컨테이너에 문화, 음식, 예술을 가득 담아낸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소다미술관은 기존 미술관의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미술관 디자인을 시도했다. 공간의 재생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미술관에 최적화된 공간을 위해 건물의 일부만을 보수했다. 콘크리트 벽면은 그래픽 아트로 덧입히고, 화물용 컨테이너를 실용적인 조형물로 사용하며 특색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찜질방의 구조를 살린 내외부 콘크리트 박스와 컨테이너를 ‘캔버스’처럼 활용해 예술을 담았다. 건물 일부의 천장을 뚫어 하늘이 보이는 지붕 없는 전시장을 만들고, 컨테이너 공간으로 꾸민 전시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찜질방에 온 것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기존 콘크리트 건물과 조화롭게 대비되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미술 공간 및 콘텐츠의 확산까지 고려해 디자인했다.
미술관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공장과 화물 컨테이너를 이용해 콘텐츠를 확산시키겠다는 아트테이너(Artainer: Art + Container)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전시와 워크숍이 가능한 제1전시장, 제2전시장, 외부 전시가 가능한 Roofless Gallery 외부 전시공간, 다양한 행사와 외부 전시가 가능한 Roof Deck 그리고 화물 컨테이너를 이용한 전시 및 놀이 공간, 그리고 넓은 잔디 정원을 포함한 전체 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전시, 이벤트, 마켓 그리고 음식 등의 여러 콘텐츠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여러 지역에서 소다미술관을 찾아오는 관람객을 비롯해 지역민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예술작품을 경계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다각적인 건축 구조를 자랑하는 미술관 외관
소다미술관은 코로나19로 9월 중에는 미술관을 휴관했지만 9월 말부터는 다시 지역민들을 위해 개관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단절된 관계에 대해 소다미술관이 탐구하고자 시도한 예술 키워드는 ‘공동체’이다. 전시회 <모으고 잇다: gather together>를 통해 선보이는 이번 예술작품은 고립과 분열의 시대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 설계로 건강한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마련되었다.
소다미술관은 개관 이래 건축가들과 다양한 주제의 공간 설치 전시를 기획하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디자인으로 구현해왔다. 관객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며, 다양한 시선과 관계가 시작되는 열린 공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소다미술관의 장동선 관장은 “소다미술관은 매년 건축가들과 새로운 주제로, 공간의 다양한 쓰임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세 팀의 건축가들이 공동체를 주제로 설계한 작품 속에서 수많은 관계와 이야기가 생성되고 다양성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다미술관의 전시회 <모으고 잇다: gather together>를 통해 관객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해 생각하며 ‘우리’라는 공동체를 느낄 수 있고, 공간에 가득 채워진 예술작품을 만나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버려진 폐건물이 지역민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태어난 일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긴 시간동안 방치될 뻔했던 공간에서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됐다. 지역주민의 전시 및 프로그램 참여뿐 아니라,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 기회, 프로그램 관리, 도슨트 등의 다양한 취업의 기회도 얻게 되었다. 소다미술관이라는 이 거대한 공간이 어떠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는지 발견해보길 바란다. 콘크리트 너머에서 ‘희망’이라는 아름다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천장이 뚫린 전시장을 활용한 서승모 작가의 <대청단청> ⓒ 구본욱
경기 화성시 효행로707번길 30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컨테이너 예술 공간의 실내 ⓒ 구본욱
미술관 지붕을 활용한 권순엽 건축가의 작품 <빛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