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홈페이지로 연결 사학연금웹진홈
문화 살롱 01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

대한민국 가요계의 독보적인 디바로 손꼽히는 가수, 엄정화. 세대를 뛰어넘는 트렌디한 음악과 배우 활동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의 부캐릭터 ‘만옥’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우리가 몰랐던 가수 엄정화에 대해 알아보고, 명곡을 찾아서 들어본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제공. Mystic Story

눈동자로 시작한 가수, 엄정화

엄정화는 한국의 마돈나로 불린다. 아마도 파격적인 이미지가 대중의 인상에 강하게 기억된 덕분일 것이다. 이런 화려한 수식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돈나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파격은 비단 이미지에만 머무른 수준이 아니었지만 언론에 의해 오직 이미지로만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엄정화의 파격은 오히려 음악적인 측면에서 더 돋보였다.

원래는 방송국 합창단 출신이었다. 그러다가 1993년 ‘눈동자’라는 곡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연기자로서의 성취 역시 가수 못지않게 찬란했다. 가수가 되기 이전인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로 배우 커리어를 시작했고, 수많은 히트작을 기록했다. 지면 관계상 배우 관련 서술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가수로서 엄정화하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섹시함이다. 그러나 본래 기획은 이와는 어쩌면 정반대였다. 1993년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는 강수지, 하수빈 등이었다. 엄정화 역시 이들과 비슷하게 청순한 느낌으로 대중에게 다가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눈동자’를 만든 신해철이 엄정화의 섹스어필 가능성을 발견해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앞으로는 청순가련이 아닌 섹시함이 대세가 될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히트보다 더 값진 엄정화다운 음악

신해철의 안목은 과연 정확했다. 엄정화 자신도 인정했듯 ‘눈동자’라는 곡이 없었다면 엄정화라는 가수 역시 그렇게 곧장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약간의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1999년까지 엄정화의 인기는 굉장했다. 거의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곡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퀸(Queen)이라는 찬사 역시 전성기 시절 자연스럽게 획득한 훈장이었다.

2000년대 이후는 아무래도 1990년대만은 못했다. 판매량이 처참할 정도로 뚝 떨어진 앨범도 있었다. 그러나 엄정화의 골수팬과 비평가들은 뮤지션으로서 엄정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은 도리어 이 시절에 더 많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9집 [Prestige]의 경우, 대중의 반응은 미미했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을 거머쥐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0집 [The Cloud Dream of The Nine] 역시 현재는 엄정화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두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최신 일렉트로 비트와 선명한 멜로디는 당대에 가장 세련된 음악임에 분명했다. 아니, 비단 당대를 뛰어넘어 10년 뒤인 2030년에 감상해도 근사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과연, 진정한 명반은 시대마저 훌쩍 초월하는 것이리라.

결론이다. 나는 우리 시대의 언어 인플레이션이 좀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쪽이다. 좀만 잘했다 하면 천재가 되고, 히트곡이나 명곡이 5곡이 채 되지 않는데 거장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 게 살짝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엄정화를 ‘퀸’이라 칭송하는 것만큼은 완전하게 인정할 수 있다. 엄정화 곡의 노랫말 중 일부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 관객은 하나 둘 퇴 장하고 /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 위로 저 위로 / 혹시나 하는 마음에 / 텅 빈 객석에 나 혼자서 / 또 다른 예고편이 있지 않을까
━ <Ending Credit> 중에

추천! 엄정화의 바로 이 곡

문화 살롱 02

눈동자 1993
앞서 강조했듯이 엄정화라는 가수의 바탕을 단단하게 다져준 곡이다. 무엇보다 당대에 보기 드문, 그래서 다소 논란을 불러왔던 강렬한 섹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신해철이 곡을 쓰고, 프로듀스했다는 점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곡이 크게 히트하며 가요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이보다 진하고 농염한 일렉트로 기반의 음악은 없었다. ‘엄정화=섹시 퀸’이라는 공식을 만들어준, 역사적인 데뷔곡.

문화 살롱 03

D.I.S.C.O 2008
연이은 부진을 단번에 만회해 준 회심작이다. 엄정화는 과거 지누션의 ‘말해줘’로 인연을 맺었던 YG와 손을 잡고 심기일전해 이 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을 발표했다. 발랄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클럽 사운드로 마니아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그럼에도,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사운드 설계가 치밀하다. 괜히 댄스 퀸이 아닌 셈. 이후 이 곡에서 보여준 엄정화의 독특한 의상은 MBC<무한도전>의 정형돈이 패러디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중국 가수가 커버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 살롱 04

Ending Credit 2017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엄정화 역사상 최고의 수작 중 하나다. 장르적으로는 신스-팝(신서사이저로 작곡한 음악)이며 멜로디의 굴곡이 아주 크지 않음에도 듣는 이에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엄정화라는 가수 본연의 아우라가 작용한 덕분이다. 가사는 영화 한 편을 다 본 뒤 제목처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된다면 전체 가사를 보면서 음악을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이벤트보기

이벤트보기

지난호보기

지난호보기

독자의견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