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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살롱 01

시간이 선사하는 공포

올드

M. 나이트 샤말란은 <식스 센스>(1999) 같은 영화를 통해 ‘반전영화’의 장인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이다.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 허를 찌르는 연출 솜씨로 흥행 성공을 이끌어온 샤말란의 새 영화 <올드>를 소개한다.

글. 김경욱 영화평론가 사진 제공. 영화사 하늘

30분에 1년이 흘러가는 기괴한 공간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들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다음 장면에서 그들이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 노블 『샌드 캐슬』을 원작으로 한 <올드> 역시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휴가를 가는 장면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리조트의 다른 투숙객 6명과 함께 절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해변에 가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30분에 1년이 흘러가는 기괴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어른들은 급속하게 늙어가는 상황에서, 10명의 인물들은 각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다른 투숙객에게 근거 없이 책임을 돌리며 공격하거나, 늙어가는 모습을 견디지 못해 미쳐 버리거나, 탈출을 시도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올드>는 몇십 년에 걸친 인간의 노화 과정을 인물의 변화(주름이 늘어나고,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 등)를 통해 관객의 눈에 극명하게 보이게 만들면서 ‘노화’ 그 자체를 ‘공포’로 제시한다. 또 탁 트인 해변의 공간을 감옥처럼 설정함으로써 ‘폐소공포증’을 불러온다.

문화 살롱 02

문화 살롱 03

박물관의 유리관 속 유골들을 보며 생각했어. 나도 곧 저들처럼 되겠구나.

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

다른 한편으로 <올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로병사’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 인물 가운데 주인공인 가이(가엘 가르시아)와 프리스카(빅키 크리엡스)는 이혼을 결정하고 아이들과 마지막 여행을 왔다가 결국 여생을 함께하게 된다. 그들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죽음의 5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심리적 상태를 빠르게 거쳐 간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가이는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박물관에서 일하는 프리스카는 항상 과거를 생각하는 성향 속에서 자주 싸우게 됐고, 점점 멀어졌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수용하게 된 두 사람은 ‘그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 결국 부질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30분이 1년이라는 설정이 너무 극적이기는 하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백 년을 산다 해도 찰나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순식간에 중년이 된 가이 부부의 아이들은 남은 시간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대신, 최대한 즐겁게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들이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재미있게 노는 장면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준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긍정성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신약 개발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으려고 음모를 꾸민 제약회사의 실험실 대표는 “소수의 희생으로 난치병에 시달리는 수많은 환자를 살리게 됐다”며 범죄를 정당화한다. 이 또한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을 놓고 효용성을 내세우며 저울질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올드 Old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가엘 가르시아, 빅키 크리엡스
개봉 2021년 8월 18일

가이 가족이 열대의 아름다운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다. 그들은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리조트 매니저가 추천하는 자연보호구역 해변에 가게 된다. 너무나 멋진 풍경에 감탄하며 즐기려는 찰나, 그들은 그 공간에서는 엄청나게 빨리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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