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 여행

노란색 봄을 걷고
짙푸른 숲을 느끼다

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제주에 봄이 왔다. 길섶마다 노란 유채꽃이 피어 여행객들을 기분 좋게 한다.
유채꽃은 검은 돌담 앞에도 피었고 푸른 바다를 향해서도 환하다.
꽃길 따라 제주에서 봄을 즐겨보자.

제주 봄 여행

노란색 봄을 걷고
짙푸른 숲을 느끼다

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1. 봄을 알리는 산방산의 유채꽃

2. 제주의 돌담 아래 가득 핀 수선화

SANBANGSAN
MOUNTAIN

노란색 꽃멀미, 산방산의 유채꽃

코로나19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항공편도 멈추고 호텔, 레저 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한바탕 매서운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왔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한결 따스하고 길에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보통 3~4월에 절정을 맞는 제주의 유채꽃도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채 봄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채로 가득한 제주의 노란색 봄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방산 일대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산방산의 유채꽃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계리 삼거리에서 용머리 해안 매표소까지 유채꽃밭이 융단을 펼친 듯 이어진다. 유채꽃 단지 중에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산방산이 가까이 자리한 군산오름에도 가보자. 제주의 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군산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오름 중 하나로 산방산과 함께 제주 서남부지역을 대표한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모슬봉과 송악산, 수월봉, 산방산 등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덕계곡과 대평리 사이의 좁은 도로를 이용하면 정상 턱밑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군산오름 주위에도 유채가 많다. 검은 돌담을 배경으로 언듯언듯 피어있는 유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인다.

3. 군산오름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촌리마다 가득한 수선화의 땅, 제주도

군산오름 아래 자락에는 추사 유배지가 있다. 추사 김정희는 그가 45세 되던 1830년. 부친 김노경이 전라도 고금도에 유배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40년에는 그 자신마저 제주도 대정현으로 유배를 오게 된다. 이곳에서 추사는 탱자나무 가시울타리를 치고서 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괴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했던 안거리(안채), 밖거리(사랑채), 모거리(별채)로 이루어진 현재 초가집은 고증을 거쳐 1984년에 복원했다. 복원된 유배지 옆에는 추사의 서찰과 글씨, 기록들을 모은 전시장인 추사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9년여의 제주 유배 기간에 겪은 경제적 궁핍과 참담한 심경 등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추사 유배지에는 도보로 대정 일대 유배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추사 유배길’이 만들어져 있다. 인연, 집념, 사색을 주제로 한 3개 코스로 이 중 3코스인 ‘사색의 길’을 걸어볼 만하다. 추사가 자주 찾았다는 안덕계곡에서 출발해 대정향교와 세미물을 거쳐 추사 유배지에 이르는 10km 남짓의 길이다. 도보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봄 제주는 수선화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선화는 추사가 가장 사랑했던 꽃이기도 하다. 추사는 24살에 아버지를 따라 연경(베이징)에 갔다가 처음 수선화를 알게 됐다. 그리고 곧 수선화 사랑에 빠졌고 이후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수선화를 흔하게 접하게 됐다. 그는 그때 ‘수선화 부(賦)’를 쓰기도 했다.

“연못에 얼음 얼고 뜨락에 눈 쌓일 무렵 / 모든 화초가 말라도 너는 선화(仙花)처럼 향기를 발산하여 / 옥반(玉盤)의 정결을 펼치고 금옥(金屋)의 아리따움을 간직한다 / 꽃망울 노랗게 터지고 조밀한 잎 파릇이 피어나면 / 고운 바탕은 황금이 어리네.”

자신의 문집 <완당집>에서도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입니다. 이곳(제주)에는 촌리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이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 꽃은 정월 그믐부터 2월 초에 피어서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두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또는 흰 눈이 광대하게 쌓여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4.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유배지의 전경

곶자왈, 제주의 초록빛 봄을 만나다

제주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을 꼽으라면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의 용암지대에 만들어진 특이한 숲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한다. 거대한 상록 활엽수와 덩굴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곶자왈의 풍경은 마치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을 것 같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안겨준다.

추사도 곶자왈을 다니곤 했다. 그는 곶자왈을 걸으면서 “밀림의 그늘 속에 하늘빛이 실낱만큼 보였다”고 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나무들과 사랑스러운 단풍의 모습을 보았다”고도 했다.

추사 유배지에서 화순 곶자왈이 가깝다. 봄에 그 숲에 들어선다면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들이 원시림을 이룬 숲을 송악과 콩짜개덩굴 줄기가 감아 오른다. 그곳에 들면 어찌나 초록빛이 진한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 초록으로 물들 듯하다. 난대림의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서 천천히 걷다 보면 푸르름으로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5.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제주도의 포구

6. 따뜻한 봄 기운이 완연한 제주도의 밭

7. 제주도 바다를 풍경으로 한 카페

8. 열대 식물과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GOTJAWAL

입속에 퍼지는 봄향 봄맛

봄꽃놀이를 왔으니 제주의 봄맛도 즐겨보자. 가장 먼저 맛볼 음식은 각재기국. 각재기는 전갱이를 일컫는 제주말. 싱싱한 전갱이 한 마리를 풍덩 빠트린 다음, 배춧잎을 넣고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끓여 내는데, 전갱이의 적당한 기름기와 배추의 달짝지근함이 어우러져 담백하고 정갈한 맛을 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으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보말(바다고둥)은 제주 사람들에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다. 제주의 너른 바다밭에 널려 있는 것이 바로 보말이다. 요즘 들어서는 보말을 넣고 끓인 칼국수나 죽이 여행자들에게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보말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갓 잡은 보말을 바로 삶아내 평상에 앉아 까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보말은 또 훌륭한 식재료기도 해서 죽이나 국을 끓이면 너끈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되기도 했고 짭조름하게 조리면 훌륭한 밥반찬으로 그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보말을 주물러서 국물을 우려낸 다음 보말을 참기름에 살짝 볶고 미역을 넣어 끓인 보말국 한 그릇이면 봄을 통째로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주 여행 팁
1 —- 각재기국은 돌하르방 식당(064-752-7580)과 정성듬뿍제주국(064-755-9388)이 잘한다.

2 —- 대정읍 옥돔식당(064-794-8833)의 보말칼국수는 찬 바람에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3 —-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한 스테이 위드 커피(010-5240-5730)는 맛있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형제섬이 보이는 전망도 좋다.

9. 제주도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형제섬

10.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보말칼국수

 목포역에서 옛 일본영사관으로 가는 길

1. 봄을 알리는 산방산의 유채꽃

2. 제주의 돌담 아래 가득 핀 수선화

SANBANGSAN
MOUNTAIN

노란색 꽃멀미, 산방산의 유채꽃

코로나19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항공편도 멈추고 호텔, 레저 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한바탕 매서운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왔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한결 따스하고 길에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보통 3~4월에 절정을 맞는 제주의 유채꽃도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채 봄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채로 가득한 제주의 노란색 봄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방산 일대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산방산의 유채꽃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계리 삼거리에서 용머리 해안 매표소까지 유채꽃밭이 융단을 펼친 듯 이어진다. 유채꽃 단지 중에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산방산이 가까이 자리한 군산오름에도 가보자. 제주의 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군산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오름 중 하나로 산방산과 함께 제주 서남부지역을 대표한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모슬봉과 송악산, 수월봉, 산방산 등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덕계곡과 대평리 사이의 좁은 도로를 이용하면 정상 턱밑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군산오름 주위에도 유채가 많다. 검은 돌담을 배경으로 언듯언듯 피어있는 유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인다.

3. 군산오름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촌리마다 가득한 수선화의 땅, 제주도

군산오름 아래 자락에는 추사 유배지가 있다. 추사 김정희는 그가 45세 되던 1830년. 부친 김노경이 전라도 고금도에 유배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40년에는 그 자신마저 제주도 대정현으로 유배를 오게 된다. 이곳에서 추사는 탱자나무 가시울타리를 치고서 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괴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했던 안거리(안채), 밖거리(사랑채), 모거리(별채)로 이루어진 현재 초가집은 고증을 거쳐 1984년에 복원했다. 복원된 유배지 옆에는 추사의 서찰과 글씨, 기록들을 모은 전시장인 추사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9년여의 제주 유배 기간에 겪은 경제적 궁핍과 참담한 심경 등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추사 유배지에는 도보로 대정 일대 유배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추사 유배길’이 만들어져 있다. 인연, 집념, 사색을 주제로 한 3개 코스로 이 중 3코스인 ‘사색의 길’을 걸어볼 만하다. 추사가 자주 찾았다는 안덕계곡에서 출발해 대정향교와 세미물을 거쳐 추사 유배지에 이르는 10km 남짓의 길이다. 도보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봄 제주는 수선화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선화는 추사가 가장 사랑했던 꽃이기도 하다. 추사는 24살에 아버지를 따라 연경(베이징)에 갔다가 처음 수선화를 알게 됐다. 그리고 곧 수선화 사랑에 빠졌고 이후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수선화를 흔하게 접하게 됐다. 그는 그때 ‘수선화 부(賦)’를 쓰기도 했다.

“연못에 얼음 얼고 뜨락에 눈 쌓일 무렵 / 모든 화초가 말라도 너는 선화(仙花)처럼 향기를 발산하여 / 옥반(玉盤)의 정결을 펼치고 금옥(金屋)의 아리따움을 간직한다 / 꽃망울 노랗게 터지고 조밀한 잎 파릇이 피어나면 / 고운 바탕은 황금이 어리네.”

자신의 문집 <완당집>에서도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입니다. 이곳(제주)에는 촌리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이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 꽃은 정월 그믐부터 2월 초에 피어서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두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또는 흰 눈이 광대하게 쌓여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4.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유배지의 전경

곶자왈, 제주의 초록빛 봄을 만나다

제주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을 꼽으라면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의 용암지대에 만들어진 특이한 숲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한다. 거대한 상록 활엽수와 덩굴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곶자왈의 풍경은 마치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을 것 같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안겨준다.

추사도 곶자왈을 다니곤 했다. 그는 곶자왈을 걸으면서 “밀림의 그늘 속에 하늘빛이 실낱만큼 보였다”고 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나무들과 사랑스러운 단풍의 모습을 보았다”고도 했다.

추사 유배지에서 화순 곶자왈이 가깝다. 봄에 그 숲에 들어선다면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들이 원시림을 이룬 숲을 송악과 콩짜개덩굴 줄기가 감아 오른다. 그곳에 들면 어찌나 초록빛이 진한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 초록으로 물들 듯하다. 난대림의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서 천천히 걷다 보면 푸르름으로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5.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제주도의 포구

6.  따뜻한 봄 기운이 완연한 제주도의 밭

7. 제주도 바다를 풍경으로 한 카페

8. 열대 식물과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GOTJAWAL

입속에 퍼지는 봄향 봄맛

봄꽃놀이를 왔으니 제주의 봄맛도 즐겨보자. 가장 먼저 맛볼 음식은 각재기국. 각재기는 전갱이를 일컫는 제주말. 싱싱한 전갱이 한 마리를 풍덩 빠트린 다음, 배춧잎을 넣고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끓여 내는데, 전갱이의 적당한 기름기와 배추의 달짝지근함이 어우러져 담백하고 정갈한 맛을 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으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보말(바다고둥)은 제주 사람들에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다. 제주의 너른 바다밭에 널려 있는 것이 바로 보말이다. 요즘 들어서는 보말을 넣고 끓인 칼국수나 죽이 여행자들에게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보말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갓 잡은 보말을 바로 삶아내 평상에 앉아 까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보말은 또 훌륭한 식재료기도 해서 죽이나 국이면 너끈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되기도 했고 짭조름하게 조리면 훌륭한 밥반찬으로 그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보말을 주물러서 국물을 우려낸 다음 보말을 참기름에 살짝 볶고 미역을 넣어 끓인 보말국 한 그릇이면 봄을 통째로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 제주도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형제섬

10.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보말칼국수

제주 여행 팁
1. 각재기국은 돌하르방 식당(064-752-7580)과 정성듬뿍제주국(064-755-9388)이 잘한다.
2. 대정읍 옥돔식당(064-794-8833)의 보말칼국수는 찬 바람에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3.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한 스테이 위드 커피(010-5240-5730)는 맛있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형제섬이 보이는 전망도 좋다.

 목포역에서 옛 일본영사관으로 가는 길

1. 봄을 알리는 산방산의 유채꽃

2. 제주의 돌담 아래 가득 핀 수선화

SANBANGSAN
MOUNTAIN

노란색 꽃멀미, 산방산의 유채꽃

코로나19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항공편도 멈추고 호텔, 레저 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한바탕 매서운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왔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한결 따스하고 길에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보통 3~4월에 절정을 맞는 제주의 유채꽃도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채 봄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채로 가득한 제주의 노란색 봄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방산 일대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산방산의 유채꽃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계리 삼거리에서 용머리 해안 매표소까지 유채꽃밭이 융단을 펼친 듯 이어진다. 유채꽃 단지 중에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산방산이 가까이 자리한 군산오름에도 가보자. 제주의 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군산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오름 중 하나로 산방산과 함께 제주 서남부지역을 대표한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모슬봉과 송악산, 수월봉, 산방산 등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덕계곡과 대평리 사이의 좁은 도로를 이용하면 정상 턱밑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군산오름 주위에도 유채가 많다. 검은 돌담을 배경으로 언듯언듯 피어있는 유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인다.

3. 군산오름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촌리마다 가득한 수선화의 땅, 제주도

군산오름 아래 자락에는 추사 유배지가 있다. 추사 김정희는 그가 45세 되던 1830년. 부친 김노경이 전라도 고금도에 유배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40년에는 그 자신마저 제주도 대정현으로 유배를 오게 된다. 이곳에서 추사는 탱자나무 가시울타리를 치고서 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괴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추사가 유배생활을 했던 안거리(안채), 밖거리(사랑채), 모거리(별채)로 이루어진 현재 초가집은 고증을 거쳐 1984년에 복원했다. 복원된 유배지 옆에는 추사의 서찰과 글씨, 기록들을 모은 전시장인 추사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9년여의 제주 유배 기간에 겪은 경제적 궁핍과 참담한 심경 등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추사 유배지에는 도보로 대정 일대 유배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추사 유배길’이 만들어져 있다. 인연, 집념, 사색을 주제로 한 3개 코스로 이 중 3코스인 ‘사색의 길’을 걸어볼 만하다. 추사가 자주 찾았다는 안덕계곡에서 출발해 대정향교와 세미물을 거쳐 추사 유배지에 이르는 10km 남짓의 길이다. 도보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봄 제주는 수선화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선화는 추사가 가장 사랑했던 꽃이기도 하다. 추사는 24살에 아버지를 따라 연경(베이징)에 갔다가 처음 수선화를 알게 됐다. 그리고 곧 수선화 사랑에 빠졌고 이후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수선화를 흔하게 접하게 됐다. 그는 그때 ‘수선화 부(賦)’를 쓰기도 했다.

“연못에 얼음 얼고 뜨락에 눈 쌓일 무렵 / 모든 화초가 말라도 너는 선화(仙花)처럼 향기를 발산하여 / 옥반(玉盤)의 정결을 펼치고 금옥(金屋)의 아리따움을 간직한다 / 꽃망울 노랗게 터지고 조밀한 잎 파릇이 피어나면 / 고운 바탕은 황금이 어리네.”

자신의 문집 <완당집>에서도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입니다. 이곳(제주)에는 촌리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이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 꽃은 정월 그믐부터 2월 초에 피어서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두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또는 흰 눈이 광대하게 쌓여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4.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유배지의 전경

곶자왈, 제주의 초록빛 봄을 만나다

제주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을 꼽으라면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의 용암지대에 만들어진 특이한 숲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한다. 거대한 상록 활엽수와 덩굴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곶자왈의 풍경은 마치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을 것 같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안겨준다.

추사도 곶자왈을 다니곤 했다. 그는 곶자왈을 걸으면서 “밀림의 그늘 속에 하늘빛이 실낱만큼 보였다”고 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나무들과 사랑스러운 단풍의 모습을 보았다”고도 했다.

추사 유배지에서 화순 곶자왈이 가깝다. 봄에 그 숲에 들어선다면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들이 원시림을 이룬 숲을 송악과 콩짜개덩굴 줄기가 감아 오른다. 그곳에 들면 어찌나 초록빛이 진한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 초록으로 물들 듯하다. 난대림의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서 천천히 걷다 보면 푸르름으로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5.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제주도의 포구

6.  따뜻한 봄 기운이 완연한 제주도의 밭

7. 제주도 바다를 풍경으로 한 카페

8. 열대 식물과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GOTJAWAL

입속에 퍼지는 봄향 봄맛

봄꽃놀이를 왔으니 제주의 봄맛도 즐겨보자. 가장 먼저 맛볼 음식은 각재기국. 각재기는 전갱이를 일컫는 제주말. 싱싱한 전갱이 한 마리를 풍덩 빠트린 다음, 배춧잎을 넣고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끓여 내는데, 전갱이의 적당한 기름기와 배추의 달짝지근함이 어우러져 담백하고 정갈한 맛을 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으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보말(바다고둥)은 제주 사람들에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다. 제주의 너른 바다밭에 널려 있는 것이 바로 보말이다. 요즘 들어서는 보말을 넣고 끓인 칼국수나 죽이 여행자들에게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보말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갓 잡은 보말을 바로 삶아내 평상에 앉아 까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보말은 또 훌륭한 식재료기도 해서 죽이나 국이면 너끈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되기도 했고 짭조름하게 조리면 훌륭한 밥반찬으로 그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보말을 주물러서 국물을 우려낸 다음 보말을 참기름에 살짝 볶고 미역을 넣어 끓인 보말국 한 그릇이면 봄을 통째로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 제주도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형제섬

10.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보말칼국수

제주 여행 팁
1. 각재기국은 돌하르방 식당(064-752-7580)과 정성듬뿍제주국(064-755-9388)이 잘한다.
2. 대정읍 옥돔식당(064-794-8833)의 보말칼국수는 찬 바람에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3.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한 스테이 위드 커피(010-5240-5730)는 맛있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형제섬이 보이는 전망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