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아이

김진관 한국국제대학 퇴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최고 층수가 13층인데 1301호에, 여자는 술집을 운영하고 남자는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일명 ‘셔터 맨(Shutter Man)’이 살고 있다. 그 집에는 남자 아이가 두 명 있는데, 금년에 큰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고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둘 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큰 아이는 어른보다 더 커서 학교에서 씨름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간혹 우리 통로에서 부부의 싸움 소리가 들리는데 알고 보면 그 집에서 나는 소리다.

나는 그 집 작은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인 것 같다. 간혹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어른이 같이 타도 본 척 만 척하는 것이 인사성도 없고 아주 버릇이 못된 놈이었다. 그 아이만 보면 가정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저렇게 얘가 버릇이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하루는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자기 혼자 게임기를 가지고 중얼거리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기에 조용히 타일렀다.

‘꼬마야!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그러니까 이 아이가 힐끔 쳐다보더니 곁눈질로 ‘안녕하세요!’ 하였다. 그래서 내가 ‘어른에게 인사는 90도로 이렇게 허리를 굽혀서 하는 거란다’하면서 시범을 보였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시킨 대로 비슷하게 다시 인사를 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쿠 이 녀석! 인사를 참 잘하네! 아저씨가 오늘 네가 인사를 잘해서 상으로 돈을 하나 줄께!’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주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고맙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내가 ‘또 잊어 먹었구나!’ 하였더니 생각난 듯 90도로 다시 인사하면서 ‘고맙습니다’ 했다. 그래서 내가 ‘아이쿠! 그 녀석 참 착하지!’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더니 기분이 무척 좋은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90도로 깍듯이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유치원생이 90도로 인사하면서 ‘아자씨! 안냥하세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그래서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칭찬하면서 ‘자! 이거 가지고 친구와 같이 과자 사 먹어라!’ 하면서 다시 돈 천 원을 주었더니 또 다시 90도로 깍듯이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자기 친구에게 달려가더니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또 한 번은 퇴근하고 오는데, 나를 언제 보았는지 멀리서 친구와 놀다가 쫓아 와서는 또 깍듯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칭찬을 해주면서 오늘은 아저씨가 돈이 없는데 어쩌지하니까, ‘안 주셔도 괜찮아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안녕히 가시라면서 인사를 깍듯이 하고 자기 친구에게 달려갔다.

또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자기 아버지(셔터 맨)와 어머니와 같이 내려오다가 중간에 내가 타니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90도로 인사를 하다가 엉덩이가 엘리베이터 벽을 쳐서 앞으로 폭 꼬꾸라지는데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들 표정을 보아 지금까지의 일을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의 형도 인사라고는 안 하던 녀석인데 언제부턴가 인사를 아주 잘했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가방을 메고 그 아이가 친구와 같이 저만치 가고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그랬더니 다시 달려오더니 인사를 깍듯이 하였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교육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칭찬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작은 아이가 어릴 때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현관에서 90도로 인사하는 것부터 시켰더니 아빠가 우리 친구들이 오면 ‘90도로 인사하라’고 하니까 친구들이 집에 오지 않으려 한다고 울면서 항의한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 우리 작은 아이 친구들이 지금도 나를 보면 정확히 90도로 깍듯이 인사한다.

그래서 작은 아이 친구들이 세월이 흘러 어릴 때 모습과 너무 많이 변하여 내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인사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의 어릴 때 친구인지 그 후에 사귄 친구인지 구별할 수 있다. 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인 적이 있었다. 우리 아파트 13층의 어린 꼬마를 보면서 하나의 인간에게 관심을 둔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였다. 인사성이 밝은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것은 살면서 많이 깨닫는다.

이제는 우리도 어른이 되었으니 주위를 둘러보고 젊은 아이들이 버릇없다고만 하지 말고 바른길로 이끌 지혜로운 방법들을 구상하고 실천하여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윗집 아이

김진관 한국국제대학 퇴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최고 층수가 13층인데 1301호에, 여자는 술집을 운영하고 남자는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일명 ‘셔터 맨(Shutter Man)’이 살고 있다. 그 집에는 남자 아이가 두 명 있는데, 금년에 큰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고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둘 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큰 아이는 어른보다 더 커서 학교에서 씨름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간혹 우리 통로에서 부부의 싸움 소리가 들리는데 알고 보면 그 집에서 나는 소리다.

나는 그 집 작은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인 것 같다. 간혹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어른이 같이 타도 본 척 만 척하는 것이 인사성도 없고 아주 버릇이 못된 놈이었다. 그 아이만 보면 가정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저렇게 얘가 버릇이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하루는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자기 혼자 게임기를 가지고 중얼거리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기에 조용히 타일렀다.

‘꼬마야!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그러니까 이 아이가 힐끔 쳐다보더니 곁눈질로 ‘안녕하세요!’ 하였다. 그래서 내가 ‘어른에게 인사는 90도로 이렇게 허리를 굽혀서 하는 거란다’하면서 시범을 보였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시킨 대로 비슷하게 다시 인사를 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쿠 이 녀석! 인사를 참 잘하네! 아저씨가 오늘 네가 인사를 잘해서 상으로 돈을 하나 줄께!’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주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고맙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내가 ‘또 잊어 먹었구나!’ 하였더니 생각난 듯 90도로 다시 인사하면서 ‘고맙습니다’ 했다. 그래서 내가 ‘아이쿠! 그 녀석 참 착하지!’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더니 기분이 무척 좋은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90도로 깍듯이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유치원생이 90도로 인사하면서 ‘아자씨! 안냥하세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그래서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칭찬하면서 ‘자! 이거 가지고 친구와 같이 과자 사 먹어라!’ 하면서 다시 돈 천 원을 주었더니 또 다시 90도로 깍듯이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자기 친구에게 달려가더니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또 한 번은 퇴근하고 오는데, 나를 언제 보았는지 멀리서 친구와 놀다가 쫓아 와서는 또 깍듯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칭찬을 해주면서 오늘은 아저씨가 돈이 없는데 어쩌지하니까, ‘안 주셔도 괜찮아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안녕히 가시라면서 인사를 깍듯이 하고 자기 친구에게 달려갔다.

또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자기 아버지(셔터 맨)와 어머니와 같이 내려오다가 중간에 내가 타니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90도로 인사를 하다가 엉덩이가 엘리베이터 벽을 쳐서 앞으로 폭 꼬꾸라지는데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들 표정을 보아 지금까지의 일을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의 형도 인사라고는 안 하던 녀석인데 언제부턴가 인사를 아주 잘했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가방을 메고 그 아이가 친구와 같이 저만치 가고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그랬더니 다시 달려오더니 인사를 깍듯이 하였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교육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칭찬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작은 아이가 어릴 때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현관에서 90도로 인사하는 것부터 시켰더니 아빠가 우리 친구들이 오면 ‘90도로 인사하라’고 하니까 친구들이 집에 오지 않으려 한다고 울면서 항의한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 우리 작은 아이 친구들이 지금도 나를 보면 정확히 90도로 깍듯이 인사한다.

그래서 작은 아이 친구들이 세월이 흘러 어릴 때 모습과 너무 많이 변하여 내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인사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의 어릴 때 친구인지 그 후에 사귄 친구인지 구별할 수 있다. 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인 적이 있었다. 우리 아파트 13층의 어린 꼬마를 보면서 하나의 인간에게 관심을 둔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였다. 인사성이 밝은 사람은 인성이 좋다는 것은 살면서 많이 깨닫는다.

이제는 우리도 어른이 되었으니 주위를 둘러보고 젊은 아이들이 버릇없다고만 하지 말고 바른길로 이끌 지혜로운 방법들을 구상하고 실천하여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